EBN 산업경제
"84㎡는 부담"…청약시장서 다시 커지는 '국민 소형' 시대
분양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청약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한때 실수요자의 대표 선택지였던 전용 84㎡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전용 59㎡ 중심 소형 평형으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특히 중·대형 평형 경쟁률이 주춤한 가운데 소형 타입만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시장 내 '실속형 청약'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22.2대 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용 60~85㎡ 이하 타입 경쟁률은 5.0대 1, 전용 85㎡ 초과 타입 역시 5.0대 1 수준에 머물렀다. 소형 타입 경쟁률이 중형 이상 평형보다 4배 이상 높았던 셈이다. 올해 들어서는 소형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7.09대 1에서 올해 4월 기준 6.5대 1로 낮아졌지만, 전용 60㎡ 이하 타입 경쟁률은 같은 기간 21.6대 1에서 23.8대 1로 오히려 상승했다. 반면 전용 60~85㎡ 이하 타입은 5.32대 1에서 4.0대 1로 떨어졌고, 85㎡ 초과 타입도 소폭 하락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최근 청약시장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급격한 분양가 상승을 꼽는다. 공사비와 인건비,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수도권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빠르게 높아졌고, 실수요자들이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소형 평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전용 59㎡ 분양가가 6억~7억원대를 넘어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10억원에 근접한 단지도 등장했다. 과거 중형으로 인식됐던 전용 84㎡는 실수요자 입장에서 가격 부담이 크게 높아졌고, 상대적으로 초기 자금 부담이 낮은 59㎡ 타입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거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평면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용 59㎡ 역시 공간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팬트리와 드레스룸, 맞통풍 구조 등을 적용한 신평면이 확대되면서 3~4인 가구도 소형 타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청약시장에서는 이미 이런 흐름이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급된 '창원센트럴아이파크' 전용 59㎡ 타입은 18가구 모집에 1순위 평균 706.6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분양된 경기 과천 '디에이치 아델스타' 역시 전용 59㎡A 타입 경쟁률이 109.9대 1까지 치솟으며 단지 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중대형 중심 단지들은 지역에 따라 미달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전반이 침체됐다기보다, 가격 경쟁력과 실거주 부담 수준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갈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들도 변화한 수요 흐름에 맞춰 소형 물량 비중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올 상반기 분양 예정 단지들 가운데 전용 59㎡ 중심 대단지가 잇따라 공급되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이앤씨는 다음 달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더샵 검단레이크파크'를 공급할 예정이다. 총 2857가구 규모 대단지 가운데 전용 59㎡ 물량이 1337가구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분양가도 4억원대부터 책정돼 최근 수도권 신규 단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광토건이 경기 부천 역곡지구에서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 '역곡지구 하우스토리' 역시 전용 55㎡ 단일 면적으로 구성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장기 저리 금융 지원도 제공돼 실수요자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호건설이 남양주 왕숙신도시에 공급하는 '왕숙 아테라'도 전체 공급 물량의 약 70%를 소형 타입으로 채웠다. 업계에서는 신도시와 공공택지 중심으로 당분간 소형 평형 확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용 84㎡가 사실상 기본 선택지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고금리와 분양가 부담 속에서 대출 규모를 줄이면서도 최신 평면을 갖춘 소형 타입을 선호하는 실수요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26-05-27